top of page

왜 나로 관여케 하십니까? (Why do you involve me?)

한국에서는 결혼할 때 대개 남자가 집을 준비하고 여자가 그 집을 채울 혼수를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건 결혼식을 마친 다음에 이야기이고, 결혼식 자체에 얼마나 많은 돈이 소요되는지 모릅니다. 예식장 사용료, 예복, 피로연 음식, 결혼식 사진 촬영, 신혼 여행, 양가집 선물… 엄청나게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저는 결혼할 때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되어 있었는데, 제가 개인적으로 준비한 돈은 결혼식 피로연을 위한 음식값을 내고 나니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물론 가족들과 처가에서 준비한 것이 있었습니다만, 저의 결혼식 준비는 결코 완벽하지 못했습니다.

성경에도 결혼식 준비를 잘 하지 못했던 사람들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첫 기적을 보여주신 곳, 예수님이 참석하셨던 이 가나의 결혼식은 당시 유대인의 풍습을 고려할 때 칠일 간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을, 음식이 풍요롭지 못하던 이 시대에 칠 일간 먹여야 합니다. 엄청난 부담입니다. 왠만큼 잘 준비하고, 또 잔치 기간 중에 잘 관리하지 않으면 중간에 음식이나 포도주가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중간에 포도주가 떨어질 경우 주인에게 큰 수치와 모욕이 된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사람들은 이것을 사기(fraud) 사건으로 여겨 마을에서 공개적으로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잔치는 벌렸는데 치뤄낼 자원이 없습니다. 일을 시작했는데 감당해낼 기운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여기 한 여인 해결사가 등장합니다. 바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잔칫집 주인의 문제를 가지고 와서 함께 걱정하는 것을 보면 마리아는 이 잔칫집의 친척이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녀는 이 문제를 예수님께 가져와 이렇게 말합니다: “포도주가 다 떨어져 버렸네!” 아들 예수님은 자신에게 무언가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청인 줄을 잘 알아 들으셨지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Why do you involve me?")

일견 냉정해 보이지만 예수님의 이런 대답은 당연합니다. 예수님은 이 잔칫집의 손님이셨습니다. 잔치를 위한 포도주가 모자라다고 해서 책임지셔야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믿음의 여인 마리아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습니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해서 걱정하며 하인들을 불러다가 이렇게 말하는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 분명 이 잔칫집은 마리아의 친척집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즉 마리아는 주인의 마음을 가지고 이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이 집의 주인으로 이 상황을 책임져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입니다. 손님인 예수님을 주인의 자리로 올리는 청원의 한 마디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을 “왜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게끔 하십니까?”라고 번역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일시에 자신을 주인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어머니의 태도를 보며 하인들에게 명령하셨습니다: “돌항아리에 물을 채우라!” 물을 다 채웠더니 다시 말씀하십니다. “이제 떠다 주어라!”

예수님이 손님인 인생—그런 인생은 예수님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예수님을 주인인 인생—예수님께서 채워주시는 인생입니다.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신 인생은 그래서 행복합니다.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케이티 휴스턴 지역 한인 교회

Rev. Ryan Kim, Grand Lakes Korean Presbyterian Church in Katy / Houston, TX

Featured Posts
Recent Posts
Archive
Search By Tags
No tags yet.
Follow Us
  • Facebook Basic Square
  • Twitter Basic Square
  • Google+ Basic Squar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