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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엄마의 여행


결혼도 하기 전에 파혼 당할 뻔했던 여인, 고향 가서 호적하라는 정부의 명령에 만삭의 몸으로 먼 길을 떠나야 했던 여인, 고향집에 갔지만 지낼 곳이 없어 짐승들의 우리에 자리를 펴고 여물통에 첫 아기를 누였던 여인, 산후 조리할 겨를도 없이 아이 죽일까봐 급하게 피난을 가야 했던 여인, 말도 안 통하고 돈도 없는데 외국인들 틈에서 갓난 아이를 키워야 했던 여인—이 여인이 바로 우리 구주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입니다.

왜 마리아라고 자기 첫 아기를 좋은 곳에 눕히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고향까지 왔는데 찾아갈 부모집은 없고, 여관이라도 가려고 했더니 방은 다 찼고, 마구간이라고 들어갔더니 벽도 없이 바람이 숭숭 부는 그런 곳에서 아기를 짐승들 밥통에 눕혔으니 기가 딱 차는 노릇입니다. 그런데 마리아의 고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 덕분에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얻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헤롯 왕에게 전해준 왕의 탄생 소식 때문에 당시 두 살 이하의 남자 아이들은 모두 죽음을 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그 소식을 천사로부터 미리 전해들은 요셉과 마리아는 이집트에 가서 살아야 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둔 젊은 외국 여성으로서 마리아가 이집트에 가서 얼마나 어렵게 살았을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저는 종종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활동이 많이 제한되는 여자들의 경우 자아를 표현할 수 있는 길도 역시 많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남자들도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누르고 삭히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작은 모래알을 품은 조개처럼, 그 상처를 진액으로 감싸고 또 감싸고 해서 진주처럼 만들어 내는 것이 여인의 삶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때론 한스럽습니다.

하지만 여인들 중에는 그러나 자신에게 부과된 삶의 한계를 벗어나 특별한 삶을 살았던 여인들도 많습니다. 고아로 삼촌의 손에 길려졌으나 왕비가 된 에스더, 비록 천한 기생의 신분이었지만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모두 물리치게 될 것을 알고 정탐꾼들을 숨겨주어 예수님의 족보에까지도 들게 된 라합, 남편 세상 떠나고 역시 남편 잃은 시어머니 봉양하겠다고 따라 나섰던 가련한 룻, 그러나 역시 예수님의 족보에 올랐던 여인입니다.

남편과 더불어 승승장구하며 화려한 인생을 사는 여자들도 있지만, 남편이 어려움을 당해 함께 고통스런 인생을 살아야 하는, 어찌 보면 자기 힘으로 변화를 가져오기 힘든 것이 바로 여자의 인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매일매일 똑 같은 일상의 반복, 노력해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상황,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지만 아무런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 무기력감… 그러나 가장 역설적이게도, 하나님은 그런 무기력한 존재들을 사용해 오셨습니다. 그래서 여자는, 엄마는 위대합니다.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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