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래 놓인 하나님의 집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반겨주는 가족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우리를 늘 반갑게 맞는 사물도 있습니다. 소파가 그렇고, 침대가 그렇고, 차려진 밥상이 그렇습니다. 그 위에 나를 던지고 싶은, 그저 움켜쥐고 붙들고픈 베개도 있습니다.
지금은 작고 납작한 베개를 씁니다만 예전에는 안에 보리 낟알이 가득 들은 베개도 써보았고, 두껍고 딱딱한 한국 전통 베개도 써보았습니다. 성경책을 베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 잠잔 적도 어릴 때는 많았습니다. 성경책은 딱딱하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군에 있을 때는 들판에서도 많이 자보았습니다. 옷 속으로 벌레가 들어가건 옷이 흙이 묻건, 바닥이 딱딱하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잠시라도 지친 몸을 누일 수 있으면 좋습니다. 사람 몸 생긴 것이 사실 목 아래에 뭔가를 받쳐야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으니 아래 편편한 돌이라도 하나 있으면 거기에 수건 덮고 자면 좋습니다.
야곱이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자기를 죽이려 하는 형을 피해 두려움에 한참을 걸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은 소망 때문에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한 곳에 이르러 들판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너무 피곤해서 그에게는 차가운 들판도 포근하게 느껴졌을 겁니다. 딱딱한 돌조각이 부드러운 베개처럼 느껴졌을 겁니다. 아니, 무언가를 느낄 새도 없이 그는 잠들었을 겁니다.
거기서 그는 비전을 보았습니다. 사다리가 땅 위에 서 있습니다. 그 꼭대기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천사들이 그 사다리로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그 위에 하나님께서 서계십니다.
그 사다리의 반대편 끝은 야곱이 베고 자던 돌베개입니다. 그리고 마치 그 돌베개가 하나님의 전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 돌을 야곱이 머리 아래 베고 잠이 들었고, 이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일어나 그 베개를 세워 하나님 앞에 기름을 부으며 감사와 서원의 제사를 드렸습니다.
야곱의 머리 아래 놓인 돌은, 그가 이름 지었듯 이제 하나님의 전이 되었습니다.
인생이 힘들고 어려울 때,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가고 있을 때, 끝이 보이지 않는 고난 속에서 허우적 거릴 때, 야곱의 돌베개를 생각합니다. 눈물 젖은 베갯잇을 쓰다듬으며 잠들기 위해 애쓰는 밤, 나의 신음은 기도가 되고, 나의 베개는 하나님 전의 모퉁이 돌이 됩니다.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이는 여호와께서 행하신 것이요 우리 눈에 기이한 바로다 The stone the builders rejected has become the capstone; the LORD has done this, and it is marvelous in our eyes. (Psalm 118:22-23)
예수님을 소개하고 함께 따르는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