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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의 없는 용서, 갚을 수 없는 사랑


대학원 다니던 중에 콩코드(Concord)라는 보스턴의 작은 마을에서 경찰로부터 교통 티켓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판사에게 잘 말해서 이겨보겠다고 마음 준비하고 양복 잘 차려 입고 법정 날짜에 지역 법원을 찾아갔습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건물에 들어가니, 하나둘씩 티켓 받은 사람들이 법원 건물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윽고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더니 판사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이시고, 그옆에 중년의 타운 서기가 앉아 있습니다. 서기가 제 이름을 확인한 후에 대뜸 하는 말이 “너 학생이지?” 묻습니다. 판사는 말이 없습니다.그래서 그렇다고 했더니, “너 앞으로는 운전 조심해서 잘 할 거지?” “네.”라고 대답했습니다. “알았어. 그럼 잘 가…”

그게 끝이었습니다. 정말 어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왜 그렇게 감동이 되던지…기대하지 못했던 일이기 때문입니다. 구하기도 전에주어진 용서였기 때문입니다. 조건 없이 주어진 사면이었기 때문입니다.

교통 티켓과는 비교할 수 없으나—하나님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구하기 전에 주어지는 용서, 조건 없는 사면—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인 것이지요.

돈을 빌렸다가 그 빚을 탕감받았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돈을 빌린 돈은 50만원이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에게 빌렸습니다. 철수한테 만원, 영수에게서 이만 원, 한수에게서 삼만 원… 약 20명에게서 50만 원의 돈을 빌렸습니다. 어머니가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으셔서 투석을 받기 위해 왼팔 혈관 확장 수술을 해야 하는데 50만원을 내야 수술을 해준다고 해서 돈을빌렸습니다. 덕분에 어머니는 수술을 잘 받으셨고 저는 돈을 빌려준 사람의 이름과 금액을 적어 수첩에 넣고 다니면서 한 명씩 한 명씩 갚아 나갔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받지 않겠다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받으라고 거듭거듭 청해보았지만 기여이 받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열 여섯 살 때였기 때문에 어머니는 특히 더 고마워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보여주시던 헌신적인 사랑에 비하면 돈 50만원은아무 것도 아니기에 어머니에게 생색을 내진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매우 크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해드리는 것은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일을 통해 받은 사랑에 대해 깊이 인식을 하게 되면 드리는 것이 아깝지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머니 병원비로 썼기에 돈을 돌려받지 않겠다는 친구와 선배들의 말에 감동되어 저도 사람들에게 돈을 줄 수 있게도 되었습니다.

콩고드의 판사든, 저희 어머니와 친구들이든 우리에게 용서와 사랑을 베풀어준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랑받은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사랑하게 합니다. 용서받은 경험은 우리로 하여금 용서하게 합니다.

우리는 그런 사랑의 극치를 예수님의 희생에서 발견합니다. 갚아도 갚아도 더 커져가는 큰 빚과 같은 나의 죄—그 죄값을 다 치뤄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입니다.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죄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죄가 빚과 다른 점은 죄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현실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죄의 무게는 누가 느낄 수 있습니까? 하나님의 사랑에 가까이 다가가 본 사람들이 느낍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해 본 사람이 느낍니다. 죄의 무게가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해주고, 하나님의 사랑이 죄의 무게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 용서를 경험하게 되면 그 사랑의 깊이를 이해하게 되고, 그 사랑을 이해하면 나도 용서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예수님을 소개하고 함께 따르는

호수교회 김철규 목사 드림


그러므로 천국은 그 종들과 결산하려 하던 어떤 임금과 같으니 결산할 때에 만 달란트 빚진 자 하나를 데려오매 갚을 것이 없는지라 주인이 명하여 그 몸과 아내와 자식들과모든 소유를 다 팔아 갚게 하라 하니 그 종이 엎드려 절하며 이르되 내게 참으소서 다 갚으리이다 하거늘 그 종의 주인이 불쌍히 여겨 놓아 보내며 그 빚을 탕감하여 주었더니 (마태복음 18: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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